본문/내용
『삼대』(1931)의 구조는 크게 보아 조의관·조상훈·조덕기로 이어진 수직적 축과 덕기의 친구인 김병화를 비롯 이필순·홍경애 등으로 이어진 수평적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수직축에는 서조모(수원집)·어머니·아내 등의 인물들이 측면 또는 이면에서 관련되어 있고, 수평축에는 김병화나 홍경애 등과 같은 인물들을 통해 피혁·장훈·매당·김의경 등의 인물들이 한발 건너서 연관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축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매우 더디게 진행된다. 따라서 변화양상이나 경향성에 초점을 맞추어 『삼대』를 논하려 할 때에는 그 후속편인 『무화과』(1932)와 함께 볼 수밖에 없다.
욕망을 기초로 한 인간의 생활을 다양한 측면에서 균형있게 드러내기 위한 기본골격이 되고 있는 이러한 구조의 크고작은 연결고리들의 접점에서 우리는 1920년대 말에서 30년대 초에 걸친 시간대에 조선사회를 살아간 다양한 사람들의 욕망의 분출과 충돌과 좌절의 연쇄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는 작가의 의지와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의 생활은 불안정하게 들떠 있고, 비정상적으로 뒤틀려 있다. 조의관의 뼛속 깊이 도사리고 있는 전통적 삶의 가치에 대한 외아들 상훈의 도전적 태도에서 빚어지는 충돌과 파탄만 하더라도 부자간의 충돌치고는 놀랄 만큼 치열하고 파괴적이다. 그래서 상훈은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의 분출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정된 인물처럼 보인다. 그는 염상섭의 여느 인물들과는 달리 한 인물로는 소화되기 어려운 다중성과 극단성을 지닌, 다소 과장된 성격을 부여받고 있다. 전근대적 사고방식을 굳게 지켜가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상훈이 어머니의 제사까지 거부하는 기독교 신자가 되는 과정이 암시조차 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금주(禁酒)를 선전하는 신문에 글을 쓰면서 밤이면 음주와 도박을 일삼는 위선적 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까닭도 오리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