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본고 작성의 주된 (현실적인!) 동인이 된 특집 주제 `지구화globalization` 역시 그간의 `숨가쁨의 학사` 자체가 온몸으로 풍겨내고 있는 종류의 혐의로부터 순수한 의도나 의지만큼 자유롭진 못함을 솔직한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듯하다. 좋게 말하면 시대의 객관적 흐름에 대한 나름의 학문적 직관이 모티브가 된 것이고, 조금 나쁘게 말하면 이쯤에서 한몫 끼지 않았을 때 벌어질 사태들에 대한 조바심이 배후요인이 된 것임은 무시할 수 없다. 허나, `세상이 더러울 땐 정치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과 `세상이 더러울 때일수록 더더욱 정치에 힘써야 한다`는 논리가 이미 고대 중국 이래로 끊임없이 대립해 왔듯, `아무리 패션성 주제라 해도 그것이 이론의 생산과 소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그 `패션`의 실체를 규명하고 거기에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일은 매우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측과 `충분한 현실적 요구와 학문적 연속성 위에서 나온 문제가 아니라면 그것에 어설프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다짐하는 측 사이의 긴장감 역시 대단하다. 그 사이에서 이 주제는 선택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행해져야 할 것은, 그러한 논의 자체에 대한 지식사회학적 분석과 현실문제와의 긴장고리를 찾는 작업, 그리고 논의의 심화를 위한 다양한 이론화 과정이 될 것이다.
본고는 위의 두번째 문제에 중심을 두고자 한다. 기존 논의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갈무리에 기초한 학문적 완성도의 배가라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구렁이 담넘어 가듯 슬쩍 눈감아 버리려는 무의식적 경향이 있음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 그것에 대한 뼈아픈 인정의 뒤로 다음과 같은 변명을 붙여 보도록 하겠다. 첫째, `지구화` 문제와 같은 일종의 무형의 적과의 싸움은 적절한 영역의 대상을 설정해 놓는 것이 문제군들을 풀어 가는데 있어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의 정치경제적 문제들을 인식의 창으로 하여 접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