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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여의 「보현시원가」
균여가 화엄종으로 불교계를 휘어잡으려 했을 때 가장 장애가 되는 쪽은 선종이었다. 신라말에 지...
본문/내용
균여의 「보현시원가」
균여가 화엄종으로 불교계를 휘어잡으려 했을 때 가장 장애가 되는 쪽은 선종이었다. 신라말에 지방 호족 세력과 관련되어 일어났던 선문구산이 전통을 잇고 고려가 통일을 이룩한 다음에도 계속 민심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 통치자 위주의 귀족불교를 이룩하는데 그치지 않고 교리를 펴서 하층에 접근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보현시원가는 화엄경에 근거를 두고 그 한 대목을 노래로 풀이한 것이다. 균여는 노래를 짓게 된 연유를 밝힌 서문에서 한문경전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이라도 요점을 이해하고 마음에 새겨둘수 있게 하기 위해 사뇌가를 지었다.
대개 사뇌란 세상사람들이 희롱하며 즐기는 도구요, 소원이란 보살이 행실을 닦는데 긴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얕은 곳을 건너야 깊은데로 돌아가고, 가까운 곳에서 출발해서 먼 데 이르게 되듯이, 세 속의 도리를 따르지 않고서는 둔한 바탕을 인도할 길이 없으며, 세속적인 말에 기탁하지 않고서는 크고 넓은 인연을 나타낼 수 없다. 이제 쉽사리 알수 있는 가까운 일에 의거해서 생각하기 어려운 먼 뜻을 깨치도록 하지고, 열 가지 큰 소원을 말한 글에 따라서 열한수의 거친 노래를 짓는다.
여기서 사뇌를 세상사람들이 희롱하는 도구요, 세속적인 말로 된 거친 노래라고 한데서 사뇌가 당시에 널리 유행하던 사정을 알아 볼 수 있다. 신라의 사뇌가에는 신심의 발로인 수행을 경전에 의거해서 나타낸 것은 없었는데, 균여는 자기 심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대신 이미 정해져 있는 교리를 담은 교술적 사뇌가를 내놓았다.
참고문헌
조동일, 「한국문학통사」, 지식산업사. 1994
김흥규, 「한국문학의 이해」, 민족사 1986
조윤제, 한국문학사, 동국문화사,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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