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전자의 경우에 속하는 것이 <정진사전> <옥난빙> <김인향전>인데, 이들의 통속화 양상은 멜러드라마적 성격의 강화로 집약된다. 이들 작품에서는 선악의 대조가 한층 극단화되고, 첩과 계모의 ‘이유 있는 반발’이 ‘이유 없는 악행’으로 바뀌는 등 악의 성격이 맹목화된다. 선인들의 시련은 더욱 가중되고, ‘처-첩’ ‘계모-전처자식’ 갈등은 ‘선-악 대결’로 한층 단순화된다. 독자들의 동정심과 증오심을 유발하기 위한 무절제한 감정의 노출이 이루어지며, 작품세계는 권징적 인과론의 절대적 지배를 받고 있다.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것은 <정을선전> <어룡전> <양풍운전>으로, 이들은 가정소설 하위갈래들을 서로 결합시키거나, 다른 소설유형의 일부 삽화들을 첨입시켜 사건을 복잡화하고 있는데, 서사구조 변형의 가장 보편적 방법은 군담소설의 전쟁 장면을 주인공의 무용담으로 첨입시키는 것이었다. 이들 작품은 선인들의 시련을 중첩시켜 독자들의 동정심을 자극하는 한편, 거듭되는 시련 뒤에 얻어지는 승패의 극적 반전이나, 새로 첨입된 삽화 자체의 흥미, 연속되는 사건 등을 통해 통속적 흥미의 제고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통속화는 가정소설 본래의 문제의식을 둔화시키고, 작품의 유기적 통일성과 진실성을 크게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한 선악의 대조를 극단화하는 과정에서 작품내적 논리가 파탄을 빚기도 하며, 이질적 삽화들을 무리하게 결합하거나 각 삽화들을 흥미위주로 지나치게 확장시킨 결과 부분들의 의미가 전체 의미에 간섭작용을 일으켜 주제가 흐려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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