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IMF이후에 발생한 약 400만에 달하는 실업자들은 이런 폭력과 불평등에 가장 심하게 노출된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집단적 저항을 조직하지 않는 것은 바로 그들 스스로가 경쟁의 원리를 내면화하고 있고 국가경쟁력 앞에서 자신을 검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중의 힘은 소멸되어 버린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 체화의 시기에도 곳곳에서 균열지점이 발생하고 그 속에서 대중의 힘찬 저항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의 활동가들은 흔히, 대중들이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누구나 세계를 해석하는 틀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바라보는 사회 현상을 설명해줄수 있는 ‘말의 세계’가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6.25 전쟁이라는 참상을 겪고 그것이 김일성에 의해서 저질러진 만행이라는 교육을 받은 사람은 데모하는 학생들을 보면 ‘빨갱이’라고 이름 붙이고 ‘사회혼란과, 불안을 조장하는 천하의 몹쓸 놈들’ 이라는 자신의 말의 세계에 맞는 해석을 내린다.
대중 운동이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지배적인 말의 세계 혹은 통념에 균열이 가해지면서 새로운 말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일련의 투쟁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는 이제 나름대로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있고, 가끔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 무너지고 가스 터지고, 비행기가 추락하기는 하지만, 그런 예외적인 상황 외에는 살기 좋은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