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저서의 주장으로, 성명론은 퇴계의 천명도설(그리고 염계의 태극도설)과의 관련성 그리고 사단론(확충론)는 사칠논쟁과의 관련성을 들어서 말하고 계십니다. 저 역시 이러한 관련성은 없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동무의 연구는 이런 사칠논쟁과 천명도설과 태극도설로 대변되는 이른바 우주론, 그리고 심성론의 조선유학에서의 전개라는 범위에서 동무의 사상사적 위상을 본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선생님의 입론 하신 가설은 손발이 더딘 학자들에게 일침을 주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선생님의 가설에 조금 더 보태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갖습니다. 저는 동무가 비록 매우 특출한 사람이지만 그도 시대의 아들이고 그의 사상의 배경이 통시적인 제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철학의 공시적 측면- 이 점은 고전의 현재적 관점에서의 재해석의 측면 입니다-이라는 한 날개와 사상사적인 통시적 측면이 공조를 해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후자의 사상사적 측면에 대한 조명을 요청하는 것이 바로 선생님의 입론이신 듯 합니다. 과연 동무는 실학자인가? 성리학자인가? 주자학자인가? 양명학자인가? 한갓 의자인가? 실로 동무 사상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은 끊이질 않습니다. 이런 질문은 자연스럽게 당대의 학문의 주류와 경향을 묻게 만듭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이런 의문에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의 학문이 여기에 대답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본래 사상사 역시도 현재적 관심을 투영시킨 일정한 선입견으로 과거를 해석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나라의 철학수준으로는 과거의 사상의 경향을 통관해내는 개념틀이 만들어져 있지 않습니다. 위에서 말한 실학도 그런 개념틀이고 양명학 운운도 연구가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 개념틀은 그것이 성립할 수 있는 근거의 정당성을 온전히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