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삼십세>는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주인공인 `그`가 만 스물 아홉부터 만 서른살이 되기까지 일년동안의 이야기이다. 이름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가 될 수 있다. 공간의 이동도 분명히 존재하고 주변의 인물들이나 주인공의 행동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야기는 과거의 회상을 포함한 주인공의 생각으로 진행된다. 그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면서, 갑자기 자신에게 삼십세의 일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이전에는 없었던 의심과 불안을 느낀다. 사실 삼십세가 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갑자기 늙어버려서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 저 사람은 서른살인 모양이구나 하고 알아보는 것도 아니다. 그는 자신의 지나온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또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이제껏 살아온 터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끊임없이 과거의 일을 기억하고 있으며, 친구인 몰이 어디서든 나타나기 때문이다. 자신과 자신의 삶과, 그 삶의 터전과 세상에 대한 회의로 그는 고민하고 방황하지만 어디에도 해답은 없다.
그러나 그는 삼십세가 되기 얼마 전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안정을 되찾는다. `그는 자신을 믿기 시작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은 곧 그 자신에게 살아있음에 대한 기쁨과 의지를 준다. 죽음의 고비에서 살아난 그는 다시금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만으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전엔 없었던 흰 머리가 나는 것조차 그가 늙어간다는 증거이기보다는, 살아있다는, 그렇기 때문에 고정되지 않고 자꾸만 변해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지나온 삶에서 피하려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