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세상을 본 다
석회의 흰 빛
그려지는 생의 답답함
귀 속에도 가늘게 눈이 내리고
조그만 새 한 마리
소리 없이 날고 있다
포구로 가는 길이
이제 보이지 않는다
그 너머 섬들도
자취를 감춘다
꿈처럼 떠 다니는 섬들,
「눈 내리는 포구」일부
시적화자는 세계 속에서 나의 모습은 석회 빛만큼이나 불투명하고 답답하다고 직설적으로 토로하고 있다. 불투명함은 반복되는 것이 아닌 무엇인가 본질적인 것에 대한 기대일 것이다. 그것이 구체화되지 않고 막연하기 때문에 답답할 것이다. 이런 순간에 `눈이 내`린다. 이렇게 내린 눈은 답답함이라는 현실의 안일에 경각심이 되고 있다. 눈을 계기로 현실 문제를 가시화하고 있다. 그것은 `포구로 가는 길이 이제 보이지 않는다`이다. 현실이 아파트, 평면, 답답함이라면 그것에서의 가장 심각한 위기는 그것에 매몰되어 안주되는 것이다. 이럴 때마다 얼음이자 차가움, 냉정의 속성인 눈은 작가의 인식을 벼르고 촉구한다. 그래서 작가는 아파트, 평면, 답답함이 아닌 바다, 포구, 자전거, 아이들 등을 상기하게 된다. 이런 것은 `꿈`에 포괄되고 있다. 그리고 꿈의 의미는 심화되고 있다. 또 `조그만 새 한 마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꿈이나 새 역시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에 자주 등장하는 시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