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요즘들어 부쩍 느끼는 것이지만, 늘 어떤 생각을 하고 지내지 않으면, 무엇을 접하든 거기서 느끼는 것이 별로 없게 마련이다. 그래서 카프카는 어려웠다. 왜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고 빙빙 둘러 말하는 거지? 비겁하게. 비현실적 설정을 하는 것 자체가, 부조리한 현실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 자체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카프카의 소설은 [변신]이후로 읽지 않았다. 답답했다. 그가 사용하는 기법들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군가가 카프카에 대해 논하면 나는 `그 작가? 어휴....`라는 말로 일축해버리곤 했다. 그런 카프카를 억지로라도 읽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걱정부터 앞섰다. 싫은데........
`카프카 소설은 삶 자체이다. 十도 一도 아닌 그것 자체의 모호함과 부조리함...` 책의 첫 장 책을 읽은 누군가가 써 놓은 글이다. 없던 호기심이 생겨났다. 다시 처음부터 읽어 내려갔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가 마음에 걸리는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기가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커다란 벌레로 변한 것을 깨달았다.` ...역시 황당한 설정이다. 어, 그런데 신기했다. 한 문장 한 문장 씹어 삼켰다. 길지 않은 분량을 꽤 오랫동안 읽었다. 하나도 버릴 문장이 없었다.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말이 됐다. `비겁하지 않은 방법`으로 풀어썼다면 표현할 수 없는, 소위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는 인생의 모습들을 황당한 상황 설정속에서의 상징을 통해, 정말 완벽에 가깝게 표현해내고 있었다. 왜 몰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