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그의 시들을 접한 후에 가장 처음으로 다가왔었던 느낌들은 `맑음`이다.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냉소적으로, 그리고 가끔은 분노에 찬 언어들로 내뱉는 시인의 말은 시를 읽는 나에게 새로운 느낌들을 가져다주었다. 그가 배격하고자 했던 탐미적인 성격의 시 세계에 취해있던 나로서는 새로운 시의 모습과 그 길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대학생활의 새내기 시절, 깨끗하고 맑은 세상의 울타리 밖으로 벗어나 하나 둘씩 어둡고 더러운 사회의 또 다른 모습들을 깨닫고 바라볼 때마다, 그리고 한숨 지을 때마다, 브레히트와 그의 정직한 시들은 내 곁에서 비슷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반자로, 그리고 자신의 시대를 정직하게 살아가려는 한 사람의 모범으로 많은 위로가 되어주었었다.
아직 그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듯, 완성을 잠시 뒤로 미룬 습작인 듯 보이기도 하는, 조금은 어설퍼 보이는 그의 산문 형식의 글들은 또 다른 브레히트를 만나는 새로운 느낌들을 준다. 특히 `코이너씨의 이야기`들을 비롯한 여러 이야기 -브레히트만의 변형된 해석과 덧붙임이 담긴 문장-들은 부분부분 마치 잠언의 말들을 읽는 것처럼 나름의 많은 해석과 생각들을 던져주었지만 그것을 나의 모자란 경험과 생각으로 다가서기란 솔직히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했었다. 브레히트의 아직 몇 꺼풀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베일에 쌓인 듯한 암호와 같은 그 글들을 아마도 오랜 시간의 흐름 뒤에 다시 한번 접하게 된다면 바로 지금부터 그 시간까지의 살아갈 내 인생의 치열함만큼, 그 고민들만큼 나에게 더 많은 교훈들로, 운이 좋다면 어쩌면 지긋이 지어 보일 수 있는 의미 있는 웃음들로도 나 스스로에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의미 있는 웃음을 위해서 또 한번 치열하게 생각하며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