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그는 통혁당 사건으로 1심과 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 때의 심경이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것이었을 것이다. 한 점 빛도 없는 그 삭막함이 미치도록 사람을 경직시키지 않았을까. 최종판결에서 물론 무기수로 형을 감면 받는다. 그러나 20여년 동안 오로지 그 답답한 철창살과 춥기만 한 옥중 생활은 한 사람의 지식인을 한 사람의 바보로 둔갑시켜 내보낼 것만 같은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 속에 흐르는 참 지식이 그를 지탱하게 할 수 있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와 더불어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형과 동생. 그는 가족들과 끊임없는 서신 속에서 분노와 불합리를 사랑으로, 지혜로 바꿔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난 작가를 대단한 신념과 끈기를 가진 인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더욱 내가 이 작가에게 끌리는 지도 모른다.
‘와우 아파트’가 무너지고 축대가 깨져 판잣집이 내려앉고 하는 세상사와 감옥의 벽은 멀기만 하다. 작가는 감옥의 벽은 태풍에도 꿈적 않을 만큼 견고하고 높다고 말한다.
나 역시 편견으로 대한 사람도 있었고, 나를 향하던 편견과 싸운 적도 있어 평범하고 온순한 눈길이 주는 위안감을 알고 있다. 작가 역시 격리된 철창 안에서 세상의 편견과 불합리에 많은 고뇌를 안고 있었던 것 같다. 세상에 대한 `숱한 미련` 때문에 희망을 저버리지 않을 수 있었고 또한 사형수에서 무기수로, 다시 사면까지 받기에 이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미화’만이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위하느니 희망이 나았을 것이다. 가졌다 지웠다 하는 생각의 반추 속에서도, 작가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면에서 작가의 깊은 의식과 교양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