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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의 위기가 논의되고 있는 지금 중국에서의 역사학의 위치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다음 몇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중국은 근대 이전의 전통 역사학의 지위와 역할이 우리와 유사했다는 점이다. 양국에서 공히 역사학은 인문학이라는 통합적 학문체계 아래 사대부 지식인의 필수품으로 정치와 문화 영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따라서 만약 중국 역사학이 현재까지도 전통적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 역사학의 위기 극복에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둘째는 우리 역사학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전통적 역사학도 근대 이후 서양 역사학에 그 우월적 지위를 내주고 단절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한국의 역사학이일본의 식민지를 거쳐 타율적 광복, 그리고 미국의 세계전략 구도하에 재건하는 가운데 실증주의적 역사학이 주류를, 중국의 역사학은 사회주의 혁명 과정을 거치면서 자본주의 세계체계와 단절된 벽을 쌓고 있는 동안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이 주류를 형성하는 가운데 전통적 역사학은 완전히 단절된다.
그러나 중국 역사학의 위치가 최근에 들어서야 우리의 관심을 끄는 직접적인 요인은 양국이 공유하고 있는 역사학의 전통이나 단절의 문제와는 무관하게 역사학 외부로부터 왔다. 1990년대 후반 처음으로 형성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역사학의 위기라는 담론은 역사학의 전통과의 연속성 문제나 냉전에서 파생된 역사학의 편협성이라는 역사학 내부의 문제가 원인이 되어 일어난 것이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을 최대의 목표로 삼은 교육부의 구조조정과 자의식없이 물신화에 감염된 학생들의 역사학 기피라는 현실이 어우러져 일어난 외부로부터 던져진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중국의 역사학의 위치를 주목하는 이유는 중국의 역사학이 개혁개방이라는 경제적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대를 어떻게 대응해나가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