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둘째, 예론(禮論)과 예설(禮說)을 달리하여 개념을 설정한 문제이다. 본서에서는 전자를 예에 대한 일종의 철학적(형이상학적) 탐구에 의한 논설로, 후자를 일종의 경학적(고증학적) 탐구에 의한 논설로 대비시키는 듯하다. 그리하여 전자는 성리학 수양론과의 논리적 연관성에 주목하였고, 후자를 정통론으로서의 종법문제와 경서비판에 의한 견해 차이에 역점을 두었다. 결국 예론은 예 자체의 본질과 의의를 밝혀내는 것이며, 예설은 경서비판에 입각하여 예의 내용의 옳고 그름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예학의 방법론에 따른 개념의 설정은 당시의 예학사를 연구하는데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예론’이나 ‘예설’은 사실 똑 같은 말 똑같은 뜻(논설)을 가진 용어이다. 오히려 ‘예론’은 논쟁적 성격이 강하고 ‘예설’은 학설적 성격이 강한 듯한 뉴앙스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똑 같은 예송 논변에 대하여 ꡔ고산집ꡕ에서는 “예설”(권 3상)로, ꡔ성호전서ꡕ에서는 “예론”(권 23)으로 기술하였다. 이는 결국 두 말이 같은 뜻임을 말하는 것이다. 결국 똑 같은 뜻을 가진 용어들을 억지로 달리 개념화하여 씀으로서 혼란을 초래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차라리 ‘예의 철학적 논설’ 및 ‘예의 경학적 논설’이라고 풀어쓰는 편이 낳지 않을까 싶다.
셋째, ‘왕례(王禮)’ ‘사례(士禮)’ ‘사례(私禮)’ ‘왕사례서(王士禮書)’와 같은 용어도 역시 그러하다. 이러한 용어들은 고전에서 드러 쓰인 용례가 있으나, 오늘날 일반인들에게 그 개념이 제대로 전달될만한 용어인지 모르겠다. 이를 기존 용어인 ‘제왕례’ ‘사대부례’ ‘사가례(私家禮)’라고 쓰는 것이 무엇이 불편하여 억지로 말을 압축해 쓰려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자면 ‘왕례’는 주로 ‘천자의 예’를 뜻하므로(ꡔ예기ꡕ 明堂位 註, ꡔ後漢書ꡕ 馬援傳 등) ‘천자·제후의 예’를 지칭하는데 부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