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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의 고전을 현대물로 재구성한다는 뉴스를 들었을때는 이런 영화가 되어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새삼 놀라는 거지만 세익스피어의 대사들은 참으로 절묘합니다. 시처럼 아름다운 단어들로 표현되는 사랑, 분노, 갈등의 대사들은 연극적인 유려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합니다. 케네스 브레너의 영화들에서 만발했던 그 언어의 축제들이 이 영화에도 적지 않게 담겨있습니다. 과연 세익스피어입니다.
[댄싱 히어로] 때도 바즈 루어만의 스타일은 심상치 않았습니다. 빛과 조명을 활용하고,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과 가끔씩 등장하던 황당무쌍한 장면들이 상당히 독특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스타일은 꽤 발전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만 극 전체를 관장하는 연출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은 아직도 미흡합니다. 장편영화를 만들기에는 뒷심이 부족한걸까요?
강렬한 인상의 첫장면에서부터 영화는 맹렬한 속도로 질주합니다. 타란티노나 로드리게즈를 연상시키는 격렬한 구도와, 줌과 커트를 빈번히 사용하는 MTV적인 편집은 종횡무진 관객들을 몰아붙입니다. 러브스토리라기보다는 오히려 액션물처럼 보이는, 박력만점인 오프닝의 짧은 총격전 장면만으로 캐릭터를 명확하게 표현해 낸 것이 멋지군요. 문제는 멋진 오프닝 이후로는 영화가 끝까지 로미오와 줄리엣의 페로디 뮤직비디오로 보인다는 점이긴 하지만요.
고전의 현대적 해석이란 명제에 대해 모범적이지는 않을지라도 꽤 신선한 답변이 될 만한 작품입니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의 마지막 죽음 장면은 예상을 뛰어 넘는군요! 고전의 비극적 종말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약간의 베리에이션을 가미하여 새로운 안타까움을 더해주었습니다. 해롤드 페니뮤가 연기한 머큐쇼의 캐릭터도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