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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으로서의 라드브루흐
라드브루흐는 고별강의에서 자신을 본질적으로 기독교적인 자(anima naturaliter christiana)로 술회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시종일관 기독교적이면서도 동시에 사회주의적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그것은 그의 정치론의 문제이자 또한 인격의 자리로 돌아와서 언급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법철학』 제1장에서 라드브루흐는 가치초극적 세계인 종교에 대하여 “예” 또는 “아니오”를 넘어 가서 모든 존재하는 것을 긍정하는 미소짓는 실증주의(lächelnder Positivismus)로 표현하였다. 전체적으로 보아 라드브루흐의 법철학은 종교성으로 기울어져 있다. 아마 이 점이 그의 상대주의의 질감을 결정해 주리라 믿는다. 하나의 삶이 종교성으로 기울어진다는 것, 그것은 불가피하게 다음향(다음향)으로 흔들린다. 현실과의 그지없는 잇닿음으로써 그리고 동시에 영원한 결렬을 통하여. 그는 그런 의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증주의자-이 경우 실증주의는 긍정주의이다-이고 뒤집어 표현하면, 가장 상처받기 쉬운 이상주의자이다. 이제 이 긍정주의와 관련하여 수범자론(준법론)으로 넘어가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3. 4 수범자론(수범자론)
수범자론은 행위자의 관점에 본 정의론이다. 정의롭다고 생각되는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겨지지만 부정의한 법에 대해서는 그 명령을 받아들일 것인가? 법의 문제에 있어서 이보다 더한 비극적인 장면은 없을 것이다. 준법론은 집행자로서 국가(법관)와 오로지 판결을 받아들일 위치에 서있는 수범자의 입장으로 구별하는 것이 합목적적이다. 그러나 국가(법관)조차도 자신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법질서 하에서는 수범자로 위치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러한 구별도 또한 잠정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