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러한 이념이 현재의 정치적 맥락에서 의미심장한 사태를 예고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것은 단순히 2000년에 올라스키의 {온정적 보수주의}가 출간되었을 때 나타났던 유럽 보수주의자들의 긍정적 반향[15], 미국 선거에서 부시의 당선 등에만 있지 않다. 야경국가로부터 사회복지국가로 이행한 이후, 국가의 당연한 임무로 간주해 온 공공복지 부분에서 국가가 철수하고, 교회가 이 역할을 대신한다면 이는 사실상 교회가 국가의 영역으로 재진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사회복지의 영역이 국가의 임무에 속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근대의 근본이념인 정교 분리를 수정하려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온정적 보수주의'가 사회복지를 국가의 영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 {Anarchy, State and Utopia}) 류의 소유권적 자유주의와 다른 점은, 전자가 후자와 마찬가지로 비록 사회복지의 과제를 국가의 임무로부터 제외시키고자 하지만 정치적 공동체의 과제로 이해한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이 정치적 공동체에서 국가 기구와 더불어 중요한 또 하나의 기능을 수행하는 독자적 단위로 이해되는 것이다.
회교 근본주의는 원칙적으로 국가와 종교의 구별을 인정하지 않는다. 회교 근본주의의 국가는 그러므로 세속국가가 아니다. 올라스키의 사회관에는 기독교 근본주의 - 그러나 국가와 종교의 무구별(무구별)적 통합이 아니라 분업적 재결합에 의한 근본주의 - 가 자라날 충분한 배아(배아)가 있다. 이제 배아는 급변하는 환경, 그러나 우호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 이 배아가 뉴욕테러 사태를 계기로 하여 서구의 시민사회와 민주주의가 이룩한 모든 성과를 거꾸로 돌리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