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성석제 소설은 인물이 일으킨 것보다 인물에게 일어난 것, 혹은 의도한 것과 일어난 것 사이의 부조화나 어처구니 없는 불일치를 보여준다. 리얼리즘소설의 총체성은 어떤 인물이 주도적으로 일으킨 사건이 환경와 만나면서 일정한 결과에 이르는 인과론적인 과정을 객관적으로 재현한다. 성석제 소설이 짧기 때문에 그런 총체적 과정을 그릴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러한 과정을 그릴 필요가 없다는, 혹은 불가능하다는 반리얼리즘적 서술태도가 성석제의 소설을 짧게 만들며, 과정보다 인물에게 일어난 뜻밖의 결과들이 독자에게 웃음을 일으킨다고 할 수 있다. 이 웃음이 작가가 노리는 소설의 재미일 것이다.
셋째, 웃음은 무도한 세계에 맞서는 성석제의 서술전략이다. 『어처구니』의 한 글에서 그는 <웃음이야말로 약한 자의 영원한 숙주>라고 말한 바 있다. 무도한 세계에서 약자가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뇌물이 판을 치는 세계, 폭력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길은 <토끼는 것>(「재미나는 인생 3」)이거나 폭력적인 세상을 우스개의 대상으로 만드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웃음은 약자의 생존 전략이다. 웃음은 어떤 대상을 <희생양으로 내세워> <동질감을 회복>하는(「‘어이’를 위하여」) 수단이 된다. 앞서 성석제 소설을 ‘화자 - 청자’의 대면적 상황을 복원한 이야기라고 했거니와, 이 이야기꾼은 부정되어야 할 각종 무도함을 대상으로 삼아 청자와 공모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이 화자는 청자와 함께 무도함이 강요하는 금지와 억압, 폭력과 전횡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