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기성종교는 대부분 2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출현 당시의 현지 사정에 직결되어 전개, 발전해 왔다. 이에 비하여 천도교는 150년도 안 되는 신흥종단이고 한국역사 현장을 반영한 민족종교이다. 후천개벽의 사인여천사상과 함께 우리 민족의 시대·공간적 배경 속에서 성장하였다. 조선조 말기의 급격한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치 못한 혼란의 와중에도 인내천 사상으로 제폭구민 하고자 기포(起包)하였고 이어진 왕조의 탄압 속에서도 끊임없이 우리 근세사의 질곡을 광정하는 길을 걸어 왔다. 국권 상실 이후에는 교세확장에 힘써 삼일 운동을 주도할 역량을 키웠고 그 이후에도 경제, 사회, 문화 개선에 힘쓰다가 해방을 맞았다. 교세의 3/4을 북쪽에 남긴 채 분단되어, 반세기가 넘도록 역사적 쓰라림을 맛보다가 이제야 겨우 상호 교류의 길을 트기 시작한 것이다.
천도교의 역사는 이렇게 한반도 정세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도전, 근대화를 위한 항거, 독립쟁취운동, 외래 종교의 융성, 급격한 현대화 풍조, 분단에 따른 의기상실 및 무력화 역정을 밟으면서 이제는 쇠약할 대로 쇠약해진 지경에 이르렀다. 민족수난사 그대로의 결과이다. 그러던 가운데, 우리 남북은 현재 재결합의 기운을 타고 있다. 올바른 역사를 지탱하려 헌신해온 천도교가 이러한 때 무엇을 해야 할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그러나 과연 그럴 능력이 있느냐 하는 자문(自問)에는 말문이 막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