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오영진은 실재적인 것과 이상적인 것의 갈등이라는 희극적 원리를 부정적 인물과 긍정적 인물 사이의 갈등으로 실재화시키고 있다. <살아있는 이중생각하>에는 복잡다단한 희극적 사건은 없다. 사실상 이 작품에서 이중생이 거짓 자살의 방법으로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다 실패한다는 사건 그 자체는 큰 무게를 가지지 않는다고 말 할 수 있다. 이중생을 결정적으로 몰락시킨 거짓 자살 계획도 최변호사의 농간이며, 그 계획이 실패하게 된 것도 고인의 빚이 상속된다는 법때문인데, 상속법의 권위자로 알려진 최변호사가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설정부터 그러한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오영진은 부정적 인물과 긍정적 인물의 상관 관계를 통해 해방직후의 모순된 현실 상황을 드러내보이고, 월등한 힘을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인물의 몰락을 통해 새로운 세계가 지향해야 할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의 날카로운 풍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등장인물의 성격과 그들 사이에 보여지는 힘의 불균형에 대해 먼저 살펴보아야 하겠다.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에서 실재적인 것을 대변하는 인물로는 이중생과 최변호사를, 이상적인 것을 대변하는 인물로는 하연과 송달지, 그리고 하식을 포한시킬 수 있다. 이중생이나 최변호사는 해방으로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의 지배 권력에 빌붙어 이득을 챙기려는 잘못된 버릇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와 반대로 긍정적 인물군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깨닫고 있으며,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가치관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다. 따라서 양자 사이의 갈등은 필연적인 것이지만, 작품의 표면에 그 정도가 심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힘의 불균형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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