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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덤(J. Needham)이 지적하는 세계에 기여한 중국의 과학·기술 가운데 가장 우수한 인쇄술·화약·나침반 등은 중국적인 문화의 분위기에서, 중국적인 사유의 모태에서 태어났고, 수학사에서 가장 큰 발명의 하나인 `0의 발견`은 인도적인 사색 속에서 나왔다. 그러한 뜻에서 서구의 과학의 특성을 사회적·문화적 기반에서 파악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전통과학의 문제는 비교과학이며 비교문명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서구의 문화가 절대적인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서구의 과학이 절대적인 아님은 이 관점에서도 용이하게 인식할 수 있다. 동양과학, 특히 한국 전통과학의 연구 의의를 어떤 과학, 어떤 문화도 일정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나타나는 특정한 문화현상으로 파악할 때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과학은 서구과학에 흡수되는 부분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과학으로서, 또 중국과학은 중국의 전통과학으로서, 인도과학은 인도의 전통과학으로서 파악하고 저마다 고유의 문화와의 연관 속에서 그 특성이 인식될 때 문화의 특성이 부각되고 미래 인식에 관한 하나의 지표를 얻을 수가 있다.
어떤 문화권에도 그 문화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가치의식이 있다. 그것은 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현상을 포함하는 정신적인 활동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 내용은 융(Carl Jung)이 주장하는 `원형`을 문화권에 국한시켜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지적 활동을 추진시키는 가치의식은 문명권, 단위사회에 저마다 특성을 지니게 한다. 그것이 과학활동에 적용될 때 자연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고 그 기반 위에 형성되는 과학의 성격을 규제한다.
우리는 전통과학의 연구에 관해, 과학적 성과 전반에 관한 고찰보다는 과학 연구의 기본적인 태도와 문화권의 `가치의식`의 특성에 대한 성찰을 앞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