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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제 - 인간과 체제
『나누어진 하늘 Der geteilte Himmel』, 이 작품의 2/3를 지날 때까지만 해도 이건 한낱 연애소설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통속소설로 폄하당하지 않기 위하여 시대반영과 비판적 세계의식을 중간 중간 양념처럼 뿌려 넣었다는 가증스러움마저 느꼈다고 하면 너무 혹독한 비난일까? 그러나 작품 후반부에 이르러 볼프C. Wolf의 문제의식을 서서히 이해하게 되자, 그러니까 이 작품에 던져진 테제를 필자가 비로소 발견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이전의 우려와 비난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거꾸로 책장을 넘기며 이전의 2/3를 다시 거슬러 올라가자, 혼미했던 필자의 의식에 희미하게 나마 작품 전체의 윤곽이 그리고 질서가 잡혀갔다. ‘아! 볼프는 재고 있구나! 동독과 서독을.’ 이러한 측정을 위한 기준이자, 볼프가 이 작품을 통해 던진 분단 시대의 현실 이해를 위한 테제는 바로 이것이다.
(...) 내가 전부터 벌써 얼마나 많이 그 하나의 물음을 두고 생각을 해 왔었는지를, 그건 우리가 세상에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물음이었다.
‘전부터 벌써’ 가져 왔다는 그 하나의 물음이란 일단은 실존적인 문제의식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실존적 물음은 작품 전체에서 언제나 서독과 동독의 체제문제와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간의 실존과 체제’에 관한 물음, 이것은 냉전 시대 양극 세계의 경쟁의 내용을 종전까지의 체제와 이념 그 자체의 우월성이 아닌 ‘체제와 인간존재’의 문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작가의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즉 ‘어떠한 체제가 보다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가?’하는 것이다. 법칙성이 극단화된 현실 사회주의와 물질적 가치를 중심에 두는 자본주의, 두 체제의 경쟁에서 이제는 인간의 삶과 실존을 보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