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국가가 노동과정에 억압적 방식으로 깊숙히 개입하고 있는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는 기업단위 수준에서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한 노동자들의 운동까지 여러 형태의 국가적 규제와 탄압과 싸워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데, 이로 인해 그러한 운동은 경제투쟁이면서, 비록 낮은 수준의 것이지만, 처음부터 정치투쟁의 성격을 아울러 지닌 것이 된다. 이와는 달리 노동자들이 정부정책을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하거나 제도개혁 등을 위한 대정부투쟁을 전개하면, 그 운동은 상대적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정치투쟁이 된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정치투쟁의 최고 형태란 다름아닌 국가권력의 장악을 위한 투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인의 견해로는 ‘노동자들 자신의 계급적 대중조직이자 노동자대중의 직접적인 자기조직’으로서 노동자계급의 가장 중요한 조직적 무기인 노동조합은 위에서 말한 정치투쟁을 조직함에 있어 투쟁의 ‘주력부대’ 내지 ‘본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노동조합이 조직해야 할 그러한 정치투쟁에는 가장 높은 수준의 정치투쟁까지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본인은 노동조합은 주로 경제투쟁을 조직해야 하고, 노동조합이 정치투쟁을 조직할 경우 그 투쟁은 낮은 수준의 정치투쟁으로 한정되어야 하는 반면, 정치투쟁 또는 높은 수준의 정치투쟁은 노동조합과 구분되면서 선진노동자층을 중심으로 조직되는 노동자의 정당이나 정치조직이 떠맡아야 한다는, 노동조합과 정당 내지 정치조직 간의 엄격한 역할분담론에 대해 명백히 반대한다. 그러한 견해는 노동자대중 자신을 사회의 진정한 정치적 주체로 상승시키는 것을 방해하며 ― 그러나 노동자대중이 정치의 진정한 주체로 상승하지 않는 한 노동해방이란 불가능하다 ―, 정치조직의 노동자대중조직으로부터의 자립화와 자립화된 정치조직에로의 노동자대중조직의 종속화 및 노동자대중조직의 탈정치화 등을 초래하여 노동자계급의 사회적 해방과정을 불가피하게 왜곡·파탄시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