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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이 화두를 시원하게 풀지는 못하였다. 다만 민족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고, 민족・문화・언어가 별개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 주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 화두는 10년 가까이 되어 감격스럽게 돌아온 조국에서 계속되고 있다.
오랜만에 온 조국에서 나를 반기는 것 중에는 옛 추억뿐만은 아닌 헐리웃 문화와 영어 바람도 있었다. 어딜 가나 영어 공부에 사람들이 혈안이 되어 있어 보였고, 어딜 보나 “요즘 AFKN 보는 재미에 살”게 해 주는 영어 학원들이다. 나는 우리 나라에서 미국 사람들보다도 영어 낱말과 영문법을 더 잘 아는 사람들을 꽤 보았다. 영어 능력은 단순히 ‘좋은 재주’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고 있었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동포들에게 “미국에 왔으면 영어로 얘기하라.”고 말하던 미국인들 중 일부는 한국에 와서 버젓이 욕지거리나 하며 다니고 있었고, 오히려 이 땅의 주인들은 영어로 그들에게 대답해 주지 못하는 자신들의 ‘비세계화’를 개탄하고 있었다. 이제는 어른들의 영어 못하는 설움을 분풀이라도 하려는 듯 조기 영어 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 아직 국민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은 서울 특별 시민들의 국민학생들은 이미 영어 공부를 꽤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재미 동포 2세들이 왜 우리말을 배워야 하는가를 화두처럼 삼고 있다는 나는, 정작 조국의 국민학생들에게 영어 과외를 하며 돈 벌 궁리를 하고 있다. 이제는 ‘자본의 논리’도 내 화두 속에 넣어야 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