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한국형 자본주의`의 형성
조선 후기에서 자본주의의 발아(發芽)를 찾으려는 역사학의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는 분명 서구로부터 유입된 면이 크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유입은 한국 사회의 모든 영역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영국의 노동자 계급에 대한 연구에서 자본주의의 태동은 단지 경제 영역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치 영역, 사회 영역, 개인의 사고 방식을 비롯한 문화적 배경까지 총체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톰슨(E.P.Thompson)의 지적은 한국 사회에도 대체로 적용된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에 있다. 식민지 시대부터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유입된 자본주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서구나 일본과 같은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고 나름의 독특한 모습을 나타내게 되었다. 김충순(1992)은 이를 `근대와 전통의 공존(tradition and modernity in coexistence)`으로 평가했으며 이재열(1998)은 머리와 몸통과 다리가 별개인 `기형적 자본주의`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40여년에 걸쳐 정착된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는 과연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다수의 사회학자는 오히려 회의적이다. 한국 사회가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서구 개념의 자본주의와 상당히 가까워졌으며 차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다. 차이가 있어 보이는 부분은 아직 산업화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정치적 변수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보면 한국 사회의 노동정치 체제에서 국가가 강력하게 노동을 통제하는 양상 때문에 산업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굴절되어 나타나는 현상들이 마치 한국 사회의 특수한 자본주의 유형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