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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땅 언덕 위
1966년 9월 <문학>에 발표된 박태순의 단편소설이다. 외촌동이라는 철거민들의 이주촌을 배경으로 하여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는 사람들의 생활과 내력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외촌동은 길게 늘어선 세 동의 단지로 구성되어 있다. 방 세걔마다 부엌 하나가 딸려 있으며, 그 중간 중간에 공중 변소와 우물터가 마련되어 있다. 막걸리를 파는 과부댁, 처녀인 그의 딸 오미순, 미순의 애인인 청년 나종열, 그의 누이인 나종애, 그리고 새로 이주해 들어 온 돈 많은 노인 변씨 등이 그 동네의 주된 구성원들이다. 어느날 악단을 대동한 약장수들이 마을에 들어오고 미순은 멋진 기타리스트를 따라 가출해 버린다. 변노인은 서독에 광부로 취직한 아들이 부쳐 주는 돈으로 고리대검을 하고 마을의 노인회를 조직하여 회장 노릇을 한다. 딸을 잃은 과부댁은 변노인과 동거를 시작하고, 다시 나종열을 찾아온 미순은 변노인의 돈을 훔쳐 함께 도주해 버린다. 나종애는 타관 생활을 하는 애인 정의도를 기다린다. 정의도가 돌아오는 날 자기도 이 마을을 떠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변노인은 나종애에게 자기 아들과의 서류상 결혼을 제안한다. 그렇게 되면 추가로 가족 수당이 지급되는데 그중의 절반을 주겠다는 것이다. 나종애의 부모들은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나 종애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정의도를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러나 정의도를 기다리는 일도 기약이 없다. 종애는 긴 머리를 팔아 부모의 성화를 피하려 한다. 그리고 그날 정의도가 나타난다. 이 소설의 주요 인물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외촌동이라는 공간을 떠나고자 하는 젊은이들, 오미순, 나종열, 정의도, 나종애 등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별다른 희망 없이 외촌동에 머물러 있는 늙은 축들이다. 젊은이들은 더러는 경박하고 퇴폐적이기도 하지만 건강하고 활기 있다. 늙은이들은 탐욕스럽고 이기적이지만 악당이라 할 만큼 추악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