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4. 리를 보는 관점
그의 말년(78세 갑신)에 우담에게 답한 글(답정군익)의 별지에서 논의된 것은 총 6항이다. 그 논의의 초점은 대체로 기와 구별되는 리의 존재와 그것의 체용 등에 관한 올바른 인지의 방법에 맞추어져 있다. 이 글에서 갈암은 퇴계의 설을 인용하여 `학문과 도술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리자가 알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리자가 알기 어렵다는 이유는 단순히 성리학의 개념이나 그로써 구성되는 논리와 이론의 차원에서 말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보다는 이 언명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리의 발에 대한 일종의 체인 혹은 체험에 입각한 앎의 차원을 가리킨다고 생각된다. 그가 퇴계의 주리설을 신봉하는 것은 퇴계의 이러한 사고에 공감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리의 자발과 자동을 입증하고 설명하려는 태도도 그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리기이원론의 체제에서 리만을 별도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인식론적 관점과 방법의 반성을 필요로 한다. 형이상에 해당하는 도 혹은 리는 감각적 지각의 대상이 아니라 직관과 사유의 방법으로 획득되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사실의 세계에서 리의 발용 혹은 발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비물질(무형상, 무성취)인 리치가 유형상 유성취의 실물의 세계에 작용하고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입증하고 설명해야 하는데, 이것은 대단히 어려운 작업일 뿐 아니라 실제로는 이미 밝혀진 것처럼 논리적인 장애가 놓여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그 문제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성리학의 공리가 되다시피한 도즉기 기즉도 또는 리기 불상리라는 관념은 리기의 상호 의존성을 내포로 하는 것이다. 리기의 불상리라는 관계에서 비롯되는 상호의존이란 양자의 긴밀한 상호작용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