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인격은 오직 앎(Wissen)에만 관계하고, 이론적 영역의 작용에만 관계하는 순수 이성이라 할 수 없다. 순수 이성은 논리적 주체라고 일컫어지지만, 그것이 모든 정신작용의 주체라고는 일컫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인격을 모든 정신작용의 주체라고 말할 수 있느냐 하면,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적어도 무엇을 `주체`라고 일컫으려면, 적어도 그 무엇이 대상으로 주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인격이 대상으로 주어질 수 없다.
실로 `인격은 여러 종류의 정신작용들의 실현을 위한 유일의 토대이고, 그 모든 작용들을 존재케 하는 궁극적인 전제이다. 따라서 인격은 실행된 그리고 실행될 그 모든 작용들의 총합이지만, 그런 작용들의 배후에 있는 대상이나 실체는 아니다.` 그런데 그 작용들의 총합이라든가 그 작용들의 실현을 위한 토대를 정신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며, 꼭 그것을 인격이라고 표현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을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작용과 지향성, 의미충실성의 본질을 가진 모든 것을 정신이라 부르기 때문에, 우리는 (몇년전부터의 선례에 따라) 그 전작용 영역에게 정신(Geist)이란 용어를 요구한다.` 또 `정신도 인격처럼 인간에서 <작용들, 기능들과 힘들의 총화>이고, 다양한 개별적 실행들의 고유한 통일형식이다.` 따라서 정신과 인격을 뚜렷하게 구별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거나 뚜렷하게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중에 고찰되겠지만 정신은 한 인간에게 고유한 어떤 것이 되거나, 한 인간에게 본질필연적으로 고유하게 형성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인격은 바로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신과 연관해서 인격을 진술한다면, `인격은 구체적인 정신의 경우에 그 정신의 본질필연적이고 유일한 실존형식이다.` 그래서 인격은 신으로 이해된 정신의 구체화로서, 정신의 존재형식으로서, 정신의 실존형식으로서, 정신이 유한한 존재영역 내에서 출현하는 작용중심체로서 현상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