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신화로서의 “고려세계”

가. 작제건의 나이 16세가 되자 그 어머니는 아버지 숙종이 남긴 활을 전해주었는데 백발백중이라 사람들이 신궁이라고 일렀다.

나. 작제건이 아버지를 찾아 중국 상선을 타고 가는 중에 안개가 짙게 끼어 움직이지 못할 때 점치는 사람이 고려 사람은 내리라고 하여 작제건이 활을 들고 바다에 뛰어들자 배는 순풍을 만난 듯 나갔다. 작제건이 뛰어내린 곳에 한 늙은이가 나타나 자신을 서해 용왕이라 소개하고 매일밤 늙은 여우가 나타나 괴롭히고 있는데 그 여우를 처치해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밤중에 공중에서 풍악소리와 함께 부처의 모습을 한 이가 내려오니 작제건이 부처인가 의심하여 활을 쏘지 못하는 사이 다시 용왕이 나타나 쏘기를 권하자 활을 쏘아 맞추니 과연 여우였다.

다. 용왕은 작제건에게 묻기를 당나라로 가서 천자를 만날 것인지, 칠보를 얻어 어머니에게 갈 것인지를 묻자 동쪽으로 돌아가 왕이 되는 것을 원한다고 대답했다. 용왕은 자손 3건을 기다려야 왕이 될 수 있다고 하자 작제건이 동으로 갈까 서로 갈까 망설이고 있을 때 한 노파가 용왕의 딸과 결혼하기를 권하자 용왕께 청하여 용왕의 맏딸 저민의(저민의)와 혼인을 하였다.

라. 작제건이 용왕으로부터 7보와 신통한 돼지를 얻어 용녀를 데리고 고향에 돌아오자 여러 고을 사람들이 그를 위해 궁실을 지어주었으며, 용녀가 처음 오자마자 은주발로 우물을 팠는데 그것이 개성의 큰샘이다.

마. 용왕의 돼지가 1년을 넘도록 돼지우리에 들어가지 않자 네가 가는 곳에 집을 짓겠다고 하여 돼지를 따라가 터를 잡으니 옛날 강충이 살던 곳이었다.

바. 용녀가 우물을 파서 서해 용궁에 왕래하는데, 작제건에게 보아서는 안된다고 했으나 작제건이 황용이 되어 돌아가는 그녀를 훔쳐보았다. 다시 돌아온 용녀는 자신을 훔쳐본 것을 나무라며 용궁으로 돌아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사. 작제건이 만년에 속리산 장갑사에 살면서 항상 불경을 읽다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