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6세기말 흑연이라는 새로운 재료가 등장하여 스케치와 밑그림에 금속침 대신 사용되었다. 콩테는 1790년 경 니콜라스 자크 콩테가 고안해낸 것으로 정제된 흑연에 섞는 진흙의 비율에 따라 딱딱함의 정도가 다양하게 조절된다. 끝이 단단하고 견고하여 깨끗하고 가는 선을 낼 수가 있으므로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뛰어난 거장들의 의도에 적합했다. 19세기 후반 들라크루아처럼 회화적 경향이 강한 작가들은 드로잉에서 특정부분을 조형적으로 두드러져 보이게 하려고 부드러운 연필을 많이 사용했다. 반면에 쇠라는 거리를 두고 보면 혼색이 되어 보이는 색점으로 이뤄진 점묘기법을 흑연을 사용한 단색 드로잉에 적용시키기도 했다. 종이를 거친 표면 위에 놓고 연필 등으로 문지르는 프로타주는 초현실주의 작가 에른스트에 의해 최초로 만들어졌고, 드로잉에서 형태를 창출해내는 것이 손에 의한 것만이 아님을 시사해 주었다. 다색 크레용은 19세기말부터 널리 사용되었고 검은 흑연의 장점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흑연과 혼합되지 않아 분필보다 강한 색감을 나타낸다. 클림트와 피카소의 드로잉을 보면 선의 고유한 특성들이 살아 있고 독자적 형태를 지님을 알 수 있다.
음각화는 역사적으로 인간이 남긴 행위의 기록물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 중의 하나이다. 원시 아프리카 문화에서 선사시대의 뼈와 돌에 새겨넣은 드로잉이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다. 또한 장식적이고 상징적인 형태를 도자기 위에 새겨서 장식하는 기법은 수천년 계속되어 온 것이다. 그리고 금속도구나 용구의 세부장식, 특히 그리스 시대의 거울, 로마 왕조 말기의 보석장신구, 중세 병기 그리고 르네상스 갑옷에 이르기까지 이 기법과 흡사한 형식을 보인다. 액체 염료에 의한 드로잉에는 펜과 붓이 드로잉 기법에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된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붓이, 서양에서는 고대 이래로 펜이 드로잉의 도구로 애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