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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애는 영등포 상권에 세력을 둔 폭력조직의 우두머리 배태곤(문성근)의 정부. 배태곤은 어릴 적 김밥 석줄과 어묵 국물을 훔쳐먹다 잡혀서 유치장 신세를 진 과거와 관련이 있는 건물을 매입해서 재개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어두운 과거 위에 번듯한 건물을 짓는 것이 그의 꿈이고, 자신의 폭력을 교묘하게 위장해 밝은 세계의 지분을 획득하기 위한 가면을 쓰고 산다. 그로부터 도망칠 시도가 몇차례 무위로 끝난 미애에게 남은 자유에 대한 향수가 무작정 열차에 올라타기... 그러나 미애는 언제나 배태곤에게 돌아오고 말지만, 향수는 순수한 일산 청년 막동과의 짧은 `연애`를 빚는 근거가 된다.
막동은 미애의 소개로 배태곤 조직의 일원이 되고, `큰형님` 배태곤 아래서 일산의 농촌공동체가 와해되면서 흩어져버린 실제 가족을 대체할 유대감을 찾는다. 그러나 그 새로운 가족, 이창동 감독이 `가짜 가족`이라고 부르던 조직은 막동의 신뢰를 이용하고, 착취한 다음 냉정하게 버린다. `큰 형님`을 위협하는 옛 보스를 칼로 찌르고 돌아온 막동의 `의리`에 대한 보답은 증거인멸을 위해 막동을 찌르는 배태곤의 칼뿐이다. 그렇게 한국적 누아르는 끝난다. 그리고 <초록 물고기>는 누아르라는 장르의 잠재력을 재확인한다.
도시의 이면에 존재하는 어둠을 포착하는 데 누아르는 얼마나 효과적인가. 막동은 성장의 터전과 미래의 전망을 모두 잃은 젊은이의 전형으로 완벽하게 살아났고, 막동의 꿈과 좌절은 신도시와 유흥가로 대변되는 성장의 이면을 드러내는 현상으로 사회화한다.
유영길 촬영감독의 아름다운 영상과 감독의 전략을 완성하는 배우들의 기여도 놓칠 수 없다. 특히 막동을 허구 아닌 실재로 살려놓은 한석규씨의 새로운 연기는 눈부시다. 그는 잊고 있던 우리들의 막동이, 막내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새삼 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