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마르크스의 이데올로기론은 흔히 평가적 의미에서만 해석되어 왔다. 오직 이데올로기를 사회이론적 비판의 견지에서만 통찰하자는 것이다. (1)부터 (4)까지의 모든 주장을 옳은 것으로 수용함으로써, 이데올로기란 비과학적이고 왜곡되어 있는 당파적 계급이념을 지시하는 허위의식 혹은 환상적 사고라고 간주된다. 이데올로기는 특수한 종류의 인식적 결함이나 혹은 계급사회적 구조에서 기인하는 결손에 의해 손상되는 자신들의 계급이익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기 위해 계급구성원들이 신봉하면서 사용하는 이념의 복합체인 것이다. 그런 류의 이데올로기 비판은 마르크스가 젊은 시절에 감행했던 종교 비판이나 관념론 비판에서 잘 드러나고 있음이 사실이다. 앞 절에서 개념화한 내용을 고려한다면, 정세적 비판은 물론이거니와 철학적 비판에서도 그런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 비판의 진정한 출발은 의식의 전도된 형태와 인간의 물질적 조건 사이의 연관에 대한 정확한 자각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현실에 실재하는 모순들을 제한된 물질적 양식 때문에 실천적으로 해결하지 못했을 때, 그런 모순을 교묘하게 은폐하면서 실재의 전도와 의식의 왜곡을 통해 가식적으로 해소할려는 인간의 잘못된 성향에 대한 예민한 분석인 것이다. 실제로 마르크스는 이데올로기란 개념을 도처에서 서술적 의미로도 사용했다. 그는 이데올로기의 인식적 지위를 평가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사상을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간주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길만큼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사용했던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마르크스의 이데올로기를 `인간 자신에 관한 인간의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매우 진전된 제안도 나올 법하다. 즉, 이데올로기를 사회과학적 설명의 맥락에서 성찰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