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오리엔탈리즘은 서구인들만이 지닌 것이 아니라 이제는 동양인에게도 보편적인 담론으로 굳어져 있다. 결국 `아랍인이 자신의 모습을 헐리우드가 만들어내는 `아랍`으로서 인식한다`(1991: 518)는 사이드의 지적과 마찬가지로, 오리엔탈리즘에 길들여진 우리는 서구의 시선과 잣대로 해석되고 재단된 왜곡된 표상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본래 자신의 모습이라고 인식하고 스스로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까닭에 무언중에 스스로를 비하하고 그런 시각에 정통한 이들이 앞서가는 지식인인 것처럼 비쳐지게 된 것이 우리를 포함한 제3세계의 문화적 비극이다.
요컨대 이제는 동양인들도 `명백한 평가적 가치 판단`을 포함하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에 입각한 표상으로서의 동양관을 당연시하고 있다. 이러한 `당연시된 지식`을 통해 `동양은 스스로를 동양화시키는 것에 참여하고 있다`(1991: 519).10) 사이드는 이렇게 오리엔탈리즘에 의해 날조된 이미지로서의 동양을 `동양화`(Orientalization)라고 부른다(1991: 21).
3. 오리엔탈리즘의 극복을 위한 사이드의 입장과 한계점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독톡한 논의는 제3세계 문화의 종속적 재생산 메카니즘을 분석하는 이론적 틀로서 많은 유용성이 있다. 그러나 그의 논의는 주로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사고 방식의 형성 과정을 밝히는 `지식의 고고학`에 초점이 주어져 있고, 구체적인 극복 방안에 대해서는 단순한 기대와 희망에 머물고 있다. 이 장에서는 일시에 없어질 수 없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을 극복하기 위한 사이드의 입장을 살펴보고 그 한계점을 밝혀 보려고 한다.
오리엔탈리즘의 해체라는 현실의 과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이성적 기대`와 `믿음`에 머물고 있는 사이드의 논리를 보완할 필요가 있으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