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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영화시장은 한국의 5~7배로 추산된다. 연간 매출규모는 1천5백억엔(약 1조5천억원)대이며 제작편수도 3백편 선으로 한국의 50편 내외에 비할 때 월등히 많다. 작년 한 해 흥행 1~10위 영화들이 거둬들인 수입만 해도 총 2백19억엔(약 2천1백90억원)이다. 공전의 히트를 친 애니메이션 ‘원령공주’가 1백7억엔으로 수위를 차지했다. 흥행수입 상위권은 애니메이션과 괴수·귀신 이야기를 다룬 어린이용 영화가 대부분이다. ‘에반겔리온’, ‘학교괴담’ 등 작년 흥행수입 10위까지 랭크된 영화 중 8편이 이런 범주에 속했다. 영상원 교환교수를 역임한 이시자까 겐지씨는 “극단적으로 말해 일본 영화산업의 재정을 떠받치고 있는 건 어린이용 영화”라면서 “어린이용 영화로 돈을 벌어 성인용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게 일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경향을 선도하는 건 쇼치쿠(松竹)·도호(東寶)·도에이(東映) 등 메이저 3사로 이들은 제작·배급·흥행을 통괄하는 이른바 ‘블록부킹 시스템’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이 시스템을 통해 전국의 극장망을 장악해 외국영화의 자국시장 잠식을 방어해왔다. 현재 자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약40%선이다. 하지만 상업영화만을 ‘찍어대듯’ 만들어내는 틈새를 비집고 독립영화 제작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일본 영화계의 또 다른 풍경이다. 기타노 다케시, 이와이 순지,수오 마사유키, 쓰카모토 신야, 재일교포 최양일 감독들이 모두 이런 류에 속한다. 독립영화의 생산이 가능한 것은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상영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와이 순지 감독의 ‘러브레터’는 도쿄에선 한 극장에서 개봉돼 1년동안 상영됐다. 이들 예술영화들이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작년 칸영화제 대상작인 ‘우나기’가 상영된 극장도 썰렁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대거 등장한 젊은 감독들이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건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