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그리고 둘째, 생태주의는 생태계 보호 또는 환경 보존을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로 간주하는 입장을 말한다. 대체로 생태주의자들은 과학 기술이 선사한 경제 성장과 물질 풍요에 회의를 느끼며, 삶의 질에 더 많은 도덕적 가치를 부여한다. 그들은 자연의 활용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지만, 범죄에 가까운 자원 낭비를 공격한다. 자급 자족, 소규모 생산, 자원의 효율적 재순환, 재생 이용에 의한 낭비의 단절, 생산과 소비의 축소, 유해한 생산의 폐지 또는 삭감, 제품의 내구성 증대 등이 그들의 요구이다. 그들은 현대의 대규모 집약형 기술에 대체할 수 있는 부드러운 기술, 해방적 기술, 선택적 기술, 적정 기술,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이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도덕적인 관계 설정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의 도덕 관계를 설정할 것을 요구한다. 자연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상태 윤리학이 새로이 제시되어야 하고 이것은 모든 피조물의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다. 따라서 생태주의는 인간 중심적 자연관을 거부하게 된다.
하지만 기술 지향주의와 생태 지향주의는 둘 다 절대적으로 옳은 주장은 아니다. 기술 지향주의는 과학 기술이 이룩한 성과와 과학 기술의 가치 중립성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맨하튼 계획`의 경우를 한 번 생각해 보자. 히틀러보다 먼저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그 계획에 참여했던 많은 과학자들은 그러나 그들이 만든 원자 폭탄이 히로시마에 투하되어 수없이 많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았다는 사실에 많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었다. 즉, 과학은 가치 중립적일 수도 없고 가치와 무관할 수도 없는 것이다. 만약 과학이 사회의 요구나 가치로부터 자유롭다면 왜 많은 연구 과제 중에 핵이나 우주 개발 같은 분야만 급속도로 진전이 되었을까? 이제 과학 기술은 생태계의 급격한 파괴, 환경 오염을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으로 비춰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