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4. 전통을 되살리는 것이 시인이다
시인은 남원이 고향이다. 고향을 떴다가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지리산 자락에서 시를 기르더니 마침내 <춘향의 노래>라는 시를 내놓았다. ‘춘향’을 모티프로 하여 시를 쓴 이들은 많다. 그러나 춘향 모티프를 자연의 이미지와 연관지어 형상화한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시인이 지리산 자락에 놀면서 섬진강 강변을 더트면서 춘향의 이야기를 육화한 것이라는 점에서 유다른 바 있다. 산과 물이 어울리고 그 사이에 사랑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은 도시출신들로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다. 땅과 물의 사랑이 농밀하여 말로 할 수 없을 지경의 사랑이 향으로 피어나는 듯하다. 그 향이라는 것은 대지를 감싸 안고 흐르는 강으로 형상화된다. “지리산이 제 살 속에 낸 길에/ 섬진강을 안고 흐르듯/ 나는 도련님 속에 흐르는 강입니다” 우리는 이 구절에 접하여, 나는 누구의 가슴속에 흐르는 한 줄기 강이 되었던 적이 있는가? 아니 그런 꿈이라도 꾸어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시에 다가간다면 시는 더욱 짙은 향기로 다가온다.
지리산은
지리산으로 천 년을 지리산이듯
도련님은 그렇게 하늘 높은 지리산입니다
섬진강은
또 천 년을 가도 섬진강이듯
나는 땅 낮은 섬진강입니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지리산이 제 살 속에 낸 길에
섬진강을 안고 흐르듯
나는 도련님 속에 흐르는 강입니다
섬진강이 깊어진 제 가슴에
지리산을 담아 겨울처럼 비춰주듯
도련님은 내 안에 서있는 산입니다
땅이 땅이면서 하늘인 곳
하늘이 하늘이면서 땅인 자리에
엮어가는 꿈
그것이 사랑이라면
땅 낮은 섬진강 도련님과
하늘 높은 지리산 내가 엮는 꿈
너나들이 우리
사랑은 단 하루도 천 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