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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게놈계획의 완성은 20세기 과학의 역사에서 원자폭탄의 개발이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보다 더 큰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1953년 왓슨,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히면서 출발한 분자생물학은 반세기만에 놀라운 성과를 일구어냈다.
1973년 인간유전지도 국제워크숍에서 제기되어 1990년 출범한 인간게놈계획은 30억 달러를 들여 2005년에 완성될 예정이었으나 5년 앞당겨 끝났다. `인간이란 책의 모든 내용을 밝히기 위한 대장정`이라 불린 이 프로젝트는 온 세계를 들뜨게 했다. 온갖 난치병이 다 예방 또는 치료되고 노화가 극복되어 수명이 연장되는 화려한 미래가 펼쳐진다. 과연 21세기는 `유전자의 세기`가 될 것인가?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인간게놈지도의 완성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는 극단적인 견해마저 나온다. 이런 비판에 대해 과학을 옹호하는 주장이 있다. 학문연구의 자유는 절대적인 기본권리이며 이 기본권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리탐구는 신성한 것이고 아무도 이를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17세기 근대과학이 태어난 이래 과학자들은 과학과 윤리가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을 해 왔다. 그 바닥에는 과학이 중립적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과학자들은 훈련받을 때부터 과학이 순수하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들이 탐구하는 자연법칙은 인종, 정치, 종교, 계급에 무관하게 타당하다고 믿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은 가치와 무관한 중립적인 것이 된다.
순수과학의 이념은 3천년 가까이 건재했다. 과학은 근대 이후 윤리와 담을 쌓으려 노력했고 기술과 가까워진 다음에도 놀랄 만큼 순수성에 집착했다. 그러나 과학을 인간활동의 체계로 본다면 문제는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