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시의 종자 얻기
영국의 시인이자 시론가인 C.D. 루이스는 {젊은이를 위한 시(Poetry for you)}라는 책에서 시를 쓰는 과정을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첫 번째 는 [시의 종자]를 얻는 단계이다. [그것은 어떤 감정, 어떤 체험, 어떤 관념, 때로는 하나의 이미지이거나 한 줄의 시구일 수도 있다]고 루이 스가 말하는 그 종자는 앞에서 설명한 [시를 쓰는 계기]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그것은 그 당자가 결코 가볍게 흘려 버릴 수 없는 심리적 충 격, 달리 말하면 [아, 이거 시가 되겠다]싶은 인상적인 느낌인 것이다. 일종의 영감이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루이스는 이 종자를 반드시 노트해 두라고 권고하고, 그러나 노트한 그 뒤에는 대부분의 시인들이 그 사실을 잊어버리게 된다고 덧붙이고 있다. 잊어버리게 된다는 후단 의 이 말은 누구나 꼭 그렇게 잊어야만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 종자를 당장 한편의 시로 만들려고 서두를 것은 없다는 정도의 뜻이라고 새겨 두는 게 좋다. 아닌게 아니라 종자 하나를 붙들었다 해서 그것을 바탕 으로 당장 한편의 시를 쓰려고 서두르면 상상력이 종자 자체에만 얽매 어 표현이 단조롭고 내용이 빈약한 시가 되기 십상인 것이다. 그런 사 태를 막기 위해서는 조급증을 부리지 말고 지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힘 을 기를 필요가 있다.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의 종자를 붙든 순간 에 펜을 들어 단숨에 한편의 시를 써낼 수도 있는 것이다. 즉흥시 는 그런 예의 하나가 된다. 그리고 그런 즉흥시 중에서도 훌륭한 작품 을 찾자면 적잖이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실패율이 높고 성실 성도 문제되는 방법이기 때문에 대가나 중진이라고 불리는 시인들도 부 득이한 경우가 아닌 한 그렇게는 시를 쓰지 않는다. 이제부터 시를 쓰 려는 사람들은 더욱 삼가야 할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