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여기서 세 번째 층위의 순응적 역사관을 잘 보여 주는 감독으로 페로가 거명하는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프랭크 카프라이다. `프랭크 카프라의 영화들은 대단히 회유적이었으며, 늘 미국 체제를 정당화하다 못해 종내 찬양하면서 결국 거기에 동화되었다`고 보는 페로에게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루즈벨트 대통령이 카프라에게 직접 부탁해서 <우리는 왜 싸우는가>(Why We Fight)를 비롯한 일련의 애국적인 영화제작을 독려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증거가 있는가? 페로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를 보라`고 한다.
<스미스씨>는 <디즈씨>와 흡사하게, 도시로 간 촌뜨기 이상주의자의 시련과 승리라는 줄거리를 따르고 있다. 잭슨 시를 대표하던 상원의원 새뮤얼 폴리가 사망하자 주지사는 새로운 상원의원을 임명하게 된다. 미국은 각 주에 2명씩의 상원의원을 두고 있는데, 1913년의 연방 수정헌법 제17조 2항은 `주의회는 주민이 선거에 의하여 결원을 보충할 때까지 그 주의 행정부에게 임시로 상원의원을 임명하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지사의 배후에는 제임스 테일러가 있다. 이 지역의 돈줄을 거머쥐고 있는 테일러는 주지사는 물론이고 하원의원들, 그리고 이 주의 또 다른 상원의원으로서 대통령 후보 자리를 노리고 있는 조지프 페인(클로드 레인즈 분)까지도 꼭두각시로 삼고서 `테일러 머신`(Taylor machine)이라고 할 정도의 거대한 금권정치 군단을 이루고 있다. 그는 域內의 테리 계곡 윌레트 천(川) 인근 토지를 차명으로 매입해 두고 이곳에 댐을 건설하는 법안을 상원에서 통과시킴으로써 地價 차익을 챙기려 하고 있다. 이제 새뮤얼 폴리가 죽었으니 그를 이어서 충실한 하수인 노릇을 해줄 상원의원이 필요한데 테일러는 호레스 밀러가 적임자라고 고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