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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뒤로하고 조국을 떠나 수십 년 째 유랑하고 있는 한 시인은 전쟁세대의 체험을 `풍경`과 `기억`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했다.
꽃담장 저편 사람 體制微笑 보여도/
역사로서도 못 넘는 그 담장에/
燒印의 血痕 風化하였다.
(방하식 記憶과 風景(2001) 중에서)
`하얀 전쟁`은 망각의 세계에 묻어 버리기 전에 월남전의 의미를 찬찬하게 음미할 것을 제의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제사회에서 이미 잊혀져 버린 한국전쟁을 예술사적 관점에서 검토하는 서지문의 공들인 영문 저술, `잊혀진 전쟁 기억하기` Philip West & Suh Ji-moon, Remembering the `Forgotten War`(2001)의 논지를 이 영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백마부대, 모래밭, 뼈, 붕대, 흰 보라 다방, 한국인에게 흰색은 평화의 색깔이자 죽음의 색깔이다. `은마는 오지 않는다.`(White Stallion)의 작가 안정효에게 백색은 한국인임을 잊지 않게 하는 각성제이자 사회 전체가 송두리째 달리면서 흔들리는 한국인의 불안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환각제이기도 하다. `먼 남쪽 `섬`의 나라, 월남의 달밤, 십자성 저 별빛은 어머님 얼굴` - 유행가 가사처럼 멀고 낯선 `그린 파파야`의 나라에서 한국인의 백색공포가 재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