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나이가 들면 마음은 있어도 젊은이들의 모습과 유행을 따라가지 못해 속이 상한다. 그러나 만인이 즐기는 대중가요마저 심란하게 만든다면 뭔가 잘못된 일이다. 즐기고 쉬고 재충전하자는 게 대중가요 본연의 임무 아닌가? 하지만 요즘 대중가요가 어른들에게 주는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리듬이나 선율, 모든 측면에서 최신가요를 받아들인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40~50대 중·장년 층이 신입사원들이나 한창 나이의 여직원과 어울려 노래방에 간다면 거의‘왕따’를 각오해야 한다. 어른들은 분위기에 취하고 싶어도 젊은이들이 마이크를 잡으면 외톨박이가 되기 십상이다. 이 시대를 점령하고 있는 힙합 댄스, 라틴 댄스, 테크노를 그들이‘비수’인 양 꺼내들면 ‘가만히 있는 게 중간’이라고 그냥 물끄러미 ‘애들’이 하는 노래와 춤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어른들에게 노래방은 더 이상 공동체의 공간이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노래는 고문에 가깝다. 이렇게 주눅이 드는 상황을 수 차례 경험하면 노래방에 가는 게 부담스러워진다. 만일 회식에서 2차 코스로 노래방이 결정되면 뭔가에 한 대 맞은 듯 겁이 나고 동행하기가 싫어진다. 하지만 회식에서 ‘노래하며 놀자’는 고전적 오락이 대세일 때는 위계질서로도 누르지 못하는 법이다. 결심하고 따라가기로 하지만, 마치 그 꼴은 보신탕 집에 끌려가는 개처럼, 무기징역을 언도 받기 위해 재판장으로 끌려나가는 죄수처럼 비참하고 딱하다.
개중에는 자존심 팽개치고 현실참여가 살 길 이라며 애들 노래 한두 곡 가사를 구해 부지런히 연습하는 오기형 기성세대도 있다.‘내가 스스로 한다’는 이 늙은 ‘DIY’(Do It Yourself의 약자)파들은‘나이가 드셨어도 우리 부장님 멋지네요’라는 부하 직원들의 사기진작에 때로 우쭐하지만 그것도 여유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요즘처럼 대중가요가 빠르게 바뀌면 잠깐 한눈 파는 사이 까막눈으로 전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