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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성과 리얼리즘
벽초의 『임꺽정』은 무엇보다도 그 민중성과 리얼리즘의 면에서 탁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역사소설들은 지배층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궁중비화나 권력투쟁을 다룸으로써 통속적인 흥미를 자아내려고 한다. 그리고 유명한 역사적 인물의 전기 형식을 취함으로써 역사의 주체를 민중이 아닌 위대한 개인으로 보는 영웅사관을 답습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러한 부분이 다소 있기는 하였지만 줄거리를 전개함에 따라 이와 달리 『임꺽정』은 주인공 임꺽정을 비롯하여 다양한 신분의 하층민들을 등장시켜 당시의 민중생활을 폭넓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임꺽정의 전기 형식을 피하고, 청석골의 여러 두령들도 그에 못지 않게 큰 비중을 지닌 인물로 그리고 있다. 이와 아울러 주목할 것은 주인공을 결코 영웅으로 미화하지 않은 점이다. 휘하의 두령들과 마찬가지로 임꺽정은 남다른 능력과 함께 인간적인 약점도 지닌 인물로 그려져 있는 것이다. 서구의 리얼리즘소설에 비해 볼 때 우리나라 역사소설들은 등장인물들의 일상적인 삶과 생활환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데 등한하다고 지적된다. 그런데 『임꺽정』은 식민지시기는 물론 오늘날의 역사소설들에 비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 할 만큼 세부묘사가 정밀하고, 조선시대의 풍속을 탁월하게 재현하고 있다. 다양한 계층의 인간들이 등장하여 밥먹고, 옷 입고, 뒤 보고 , 배탈 나고, 장기 두고, 아기자기한 부부의 정을 나누는 등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에 대한 묘사가 매우 풍부하여 그 자체만으로도 득특한 흥미를 불러일이킨다. 그러므로 김남천은 `사실주의 문학이 가지는 정밀한 세부묘사의 수법은 씨(벽초)에 있어 처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이 되어도 무방할 것`이라고까지 극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