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오년 전, 무지한 농민을 일깨워 이상촌을 만들겠다는 꿈을 지닌 나는 어머니와 아내를 데리고 간도로 갔으나 땅은 고사하고 굶기를 밥먹듯 했다. 꿈은 아랑곳없이 나는 중국인에게도 땅을 얻어 농사짓기가 어려워 날품팔이로 전전한다.
나와 나의 가족은 항상 굶주리고 실의 속에 살아간다. 어느 날, 내가 일거리를 얻지 못하고 탈진하여 집에 들어가서 보니 임신한 아내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나는 잠깐 아내를 의심하고 원망하였다. 그래서 아내가 먹다가 던진 것을 찾으려고 아궁이를 뒤졌다. 재를 막대기로 저어 내니 벌건 것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거리에서 주운 귤 껍질이었다. 아내는 너무도 먹고 싶은 나머지 귤 껍질을 주워 먹은 것이다. 내 눈에는 눈물이 괴었다. 비통하여 나는 더욱 열심히 살려고 생선 장수도 하고 두부 장수도 한다. 온갖 궂은 일을 다했지만 가난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나는 세상이나 어머니나 아내에 대해 충실하게 살려고 했지만 세상이 우리를 멸시, 학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족을 희생하면서까지 어떤 집단에 가입하게 되었다.
<감 상>
이 작품은 최서해의 자전적인 소설이며 서간체 소설이다. 자신의 만주로의 탈출을 변명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20년대 우리 민족의 비참한 삶의 모습을 묘사한 `빈궁문학(貧窮文學)`의 대표적 작품이다. 다른 사실주의 작품들이 단순히 빈궁한 삶 자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반해, 그러한 빈궁에 항거하는 반항적 주제를 강력히 내세우고 있는 특징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는 주인공이 자신의 빈궁을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이른바 신경향파 문학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자연발생기 프로 문학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