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의 감정에 포로가 되어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둘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모습을 구체화해서 설명하자면 로미오가 다혈질의 감상주의자라면 줄리엣은 차분하고 냉정한 현실주의자의 모습인 것이다. 그런 로미오와 줄리엣의 성격 차이는 그들이 시련을 겪고 난후에 보다 확실하게 알수 있다. 로미오는 줄리엣과 결혼만 하면 그의 사랑이 최종적으로 완성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환상이 깨진 것은 베로나 광장에서 티볼트가 친구 머큐소를 죽이는 것에서 비롯된다. 로미오는 이 시점에서 처음으로 줄리엣에 대해 품었던 자신의 환상이 어긋남을 느끼게 된다. 그의 환상은 그녀의 사촌오빠인 티볼트에 의해서 무참하게 짓밟힌다. 그리고 그것은 티볼트에 대한 분노로 불을 당긴다. 급기야 로미오는 `줄리엣의 아름다움이 나를 겁쟁이로 만들었고, 내 용기의 강철을 녹여 버렸다`라고 절규하며 티볼트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합은 현실세계에서 반드시 고난이 예상되었다. 두 가문은 서로 증오하는 원수 집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고난이 로미오를 시험대에 올려 놓게 된다. 로미오가 현실감각이 있었다면 애초에 티볼트와 머큐소가 싸움을 하게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로미오는 티볼트와 머큐소와의 싸움을 어정정하게 말리다가 오히려 머큐소를 죽이게 된다. 머큐소의 죽음은 상상계에 있던 로미오를 상징계로 끌어내린다. 줄리엣과의 결혼으로 이뤄낸 그의 환상이 현실과 부딪해 깨어지게 되는 것이다. 줄리엣도 이와 같은 과정을 겪었고 그녀는 로미오에 대한 새로운 욕망을 가지며 더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거기에는 그녀의 내적인 아픔만이 존재했다. 로미오의 경우는 상징계에서 실재계로 오는 과정에서 티볼트의 죽음이 개입하게 된다. 로미오의 환상은 무참하게 박살나고 만다. 줄리엣의 경우는 로미오에 대한 사랑을 다시 일으킬수 있었지만 로미오는 주저앉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