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우리는 그의 삶과 죽음을 알게 되었다. 그의 삶은 치열했고 그의 죽음은 그의 삶과 다름 아니었다. 우리는 그를 한 `진실한 인간`으로, `열사`로 부르며 그의 삶과 죽음이 오늘의 한국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들을 찾고자 하여 그를 우리 역사와 우리 삶의 중심에 두려 했다.
그러나 우리가 전태일이라는 한 인간의 모습에 집중하여 우리 시대를 조망할 때 우리는 전태일의 죽음을 낳은 제1원인을 회피하는 결과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는 분명 순수한 영혼을 지닌 노동의 투사였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찬양하고자 하는 열망을 잠시나마 억누를 필요를 느껴야 한다. 우리의 시선이 전태일을 사망으로 몰고 간 이 시대, 이 사회의 불평등한 겉모습에 고정되면 될수록 그의 죽음을 헛되이 하는 것이다.
우리의 시선은 전태일의 삶과 죽음을 통해 자본주의 역사의 제일원인으로 전향되어야 한다. 전태일은 환경에 의해, 자본에 의해, 부패한 권력에 의해 불꽃이 되었지만 우리는 그 불꽃을 통해 그 환경과 그 자본과 그 부패한 권력을 창출한 우리의 포악을 태워야 한다. 그렇다. 전태일을 죽인 것은 바로 나 자신의 포악이다.
자본주의는 이 나라에 과연 무엇을 남겨 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