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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의 단절과 사회 관계의 해체
영화에서 안젤라 버넷의 신상 기록이 위조되었을 때 이웃 여인은 그녀가 안젤라 버넷이라는 사실을 증언하지 못했다. 무려 4년 동안이나 이웃에 살면서도 안젤라는 이웃과 전혀 왕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직 인터넷에서의 채팅을 통해서만 사람을 사귄다. 안젤라처럼 실제 대인 관계는 도외시하고 가상 공간에서의 만남에 익숙한 사람은 현실에서도 적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PC 통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수백만 명에 이른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채팅을 즐기는데, 채팅은 엄격히 말해서 정상적인 교류는 아니다. 통신망에서는 익명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에 대화가 깊이가 없이 겉치레로 대화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정서가 배제되며 찰나적인 만남일 뿐이다. 이런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간 관계에 익숙해지면 적지 않은 부작용이 따른다. 얼마 전 발표된 한 조사 결과에서처럼, PC 통신을 오래하는 청소년일수록 교우 관계를 유지하는 기간이 짧고 현실 적응력도 낮아진다. 정보화 사회에서 컴퓨터 네트워크를 이용한 교류가 증가할수록, 자칫 기존의 정서적인 인간 관계가 단절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기존의 사회 관계까지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많은 이론가들이 우려한다. 앞서 다원화와 탈중심화가 정보화 사회를 특징짓는다고 말한 바 있는데, 잘못하면 다원화를 넘어서 극단적인 사회 해체까지 빚어질 수 있다. 영화 <네트>에서 안젤라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자신이 원하는 정보와 재미를 쫓는다. 자신과 취향이 다른 사람과의 교류는 원칙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젤라와 비슷한 태도를 보인다고 가정해 보자. 대중들이 각자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인간 관계를 추구한다면 개인화가 극대화되고 최소한의 사회적 연대가 깨질 수 있다. 지금까지 인류의 사회는 공통의 관심사로 묶여 있었는데, 정보화 사회에서는 개인의 취향과 필요만이 강조되어 사회적 구심점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