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흔히 서양문화는 실증적이고 분석적이며 동양문화는 직관적이며 종합적이라고 말한다. 과학과 정밀성을 바탕으로 한 서양의 분석적인 문화체질은 급기야 한국음악 고래의 음악관과 개념을 뒤바꿔 놓았다. 한마디로 ‘음악은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나온다(凡音之起 由人心生也)’는 정의가 ‘음악은 물체의 진동으로부터 유래한다’는 실증적이고 물리적인 정의로 환치된 것이다. 따라서 서양음악의 영향권에 귀속되어 있는 저간의 음악풍조란 너나없이 소리로 출발해서 소리로 끝나는 구간만을 음악으로 간주한다. 음악에서 사람이 탈락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격의 문제, 인성의 문제, 사회적 기능의 문제 등은 몰수된 채 음향의 잔치로만 메워지고 있는 것이다. 종합이 아닌 분석의 잣대가 낳은 오류의 예로는 우선 전래의 마당놀이가 있다. 봉산탈춤이나 풍물놀이 같은 야외놀이들은 음악적 요소, 무용적 요소, 연극적 요소, 문학적 요소 등이 뭉뚱그려져서 가없는 생명력과 예술성을 드러내는 종합적 성격의 연희양식이다. 그런데 서구적 분석풍조가 만연하면서 이 같은 종합적 마당예술은 산산조각으로 분해해버렸다. 연극적인 요소는 연극계에서 떼어가고, 음악적인 요소는 음악계에서 떼어가고, 언어적인 요소는 문학계에서 떼어갔다. 그러고는 떼어간 조각만을 들여다보며 저마다 왈가왈부 고담준론들을 펼쳐간다. 아무리 담론들이 무성한들 당해예술의 정체성이 드러나리 만무하고 예술적 생동감이 설명되리 만무하다. 굳이 게슈탈트(Gestalt)설을 원용하지 않더라도, 부분의 총화(總和)는 그 개체들의 산술적 합산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마당놀이 예술을 체험하며 더없이 싱그러운 생명력과 가식없는 건강성과 용트림하는 원초적 에너지를 절감한다. 장르별 요소들의 산술적 합산 그 이상의 오묘한 실체를 체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