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정치철학은 도덕철학의 한 분파이거나 응용이라는 주장이 도출된다. 그런데 이제까지 도덕철학과 정치철학의 경계와 이들이 다루는 주제에 관한 관계가 가끔 잘못 인식되어온 점이 있다. 도덕철학은 개인에게 올바른 것이나 개인이 하여야 하는 것을 다루는 반면에, 정치철학은 국가에 올바른 것과 국가가 하여야 하는 것을 다룬다고 여겨졌다. 그리고 도덕은 인간의 내면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반면에 정치는 외부행동에 관한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면서도 도덕과 정치는 엄격하게 분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가끔 나타났다. 이러한 분리를 주장하는 데에는 적어도 두 가지 논지가 있었다. 첫째는 국가의 이익이나 정치권력의 획득에 필요한 것은 개인간의 도덕적 관계에 필요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정치적 갈등을 도덕적인 관계로 본다는 것은 적합한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인간사의 모든 것을 도덕화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둘째로 정치적 갈등은 개인들이 서로 타협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며, 이 갈등을 도덕적인 관계로 보는 것은 정치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게 한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견해는 대체로 잘못된 것이다. 도덕철학이 다루는 대상이 개인만이 아니다. 전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도덕철학의 대부분은 개인뿐만 아니라 개인간의 관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영국의 공리주의자들은 도덕적인 것을 공적이고 사회적인 것으로 일치시킨다. 반면에 칸트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주관적인 의도와 동기로 도덕성을 가늠하며 선의지에서 나온 행동만을 도덕적인 행동으로 보았다. 따라서 그로 보아서는 도덕은 타인과 연관을 맺지 않는 개인에게도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