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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백성과는 무관하게 기사들끼리 혹은 군인끼리 넓은 초원에서 벌어진 장수들끼리의 싸움이었으며 그것의 여파로 백성들은 새로이 바뀐 영주의 영향력하에서 새 통치를 받으면 그 뿐이었다. 그런데 기계 문명의 발달로 인해 전쟁 무기가 생기면서 인간이 대량 살상되고 그러인해 집집마다 병신이 생기는 참혹한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나 이건 그나마 덜 불행하다고도 할 수 있다. 적어도 적군끼리의 싸움, 이민족간의 싸움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국전쟁은 아주 특이한 전쟁이 되고 만다. 거기서 얼마나 온전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 비정상인이 정상적이 되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가족간의 믿음이요 신뢰이다. 그런데 그 당시 그 최소한의 조건 마저도 여지없이 파괴되고 인간은 인간을 두려워하게 된다. 오늘을 사는게 아니 살아남는게 절대 가치가 되는 시기. 한국 전쟁문학이란 그런 독특한 시기의 상황하에서, 전쟁 후 7,8년간 한정된 시·공강적 상황을 독특한 형태로 담아냈고 그 후 그런 소설양식은 흔적을 감추고 만다. 특수한 역사적 사회적 상황속에서 특이하게 생성된 전쟁문학 중 손창섭의 소설도 그 중 하나인 셈이다. 손창섭, 장용학, 서기원등의 작품에 나타난 주인공은 구태여 한국전쟁의 피해자라기 보다는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의 주민이라도 전쟁 아래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인간상이라는 견해는 한국전쟁의 특수성을 간과해 버린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삶의 무의미함과 존재의 무의미함만을 강조하고자 했다면 구지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을 설정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의 소설에는 전쟁 후 일그러진 우리의 삶의 양태를 최대한 확대시켜 그 기형성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기형적인 삶은 타락이 아니다. 그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도처에서 목격할 수 있었던 상황의 묘사이다. 손창섭 만큼 당시의 현실을 직시하고 신랄하게 파헤친 작가도 드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