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돈으로 도배를 한 영화들이 있다...
그 영화들의 소품 하나하나, 특수 효과 하나하나 오라지게 비싸다...
그래서 눈에 요깃거리를 선사한다...와! 와! 하게 되고...극장을
나서거나 테이프를 빼고 나면 머릿속만 공허해지고 방금 뭘 봤는가
생각이 하나도 안 난다...왜 안 날까?
돈은 결코 미덕일 수 없다...필요악일 뿐이고, 더럽고, 온갖 악을
생산해 낼 뿐이다...타인을 돕기 위한 돈으로서의 기능도 있지만,
그놈의 돈 아니었음 똑같은 인간끼리 돕긴 뭘 돕는단 말인가?
자본주의가 다 망쳐놔가지구설라무네 허공을 치솟는 부가 땅에
떨어지다 못해 땅속을 파고드는 가난을 향한 조롱밖에 더 되는가?
인간을 좀먹는 돈이지만 인간이 살아가게 하는 씨그널로서 존재하
하므로 그것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환장할 놈의 세상이다...
돈을 쳐발러댄 영화에 비해 짜투리 필름을 모으고, 없는 돈 여기저기
끌어모아 눈물 겹게 만들어 낸 영화들은 보는 내내 눈이 즐겁지는 않다...
단지 맘속 한 구석이 내내 저려오면서 극장을 나서거나 테이프를 빼내면
그 알 수 없는 향수와 그리움과 내면 깊이 느껴지는 감정의 모호함 속에
서 헤메게 한다...
따라서 지금 헤매고 있다...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극대치의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네 개의 쪼각을 이은 작품이다..
하나의 여기저기 기워입은 듯한 가난함이 물씬 배어나는 완성된
누더기 옷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누더기옷은 헤픔이 없다..
오로지 정성이 깃들여 있다...조금 떨어지면 내다버리는 고급옷들과는
차원이 다르다...여기 저기 헤진 곳을 기워서 정성들여 입고 또 입는다...
거기에는 돈이라는 것에 대한 굴복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얼마든지 돈을
이겨낼 수 있다는 힘찬 인간 의지의 의미가 더 깊지 않을까?
돈은 인간을 규정지을 수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