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파시즘은 일관된 원리들의 체계적 구성물이라기 보다는 상호모순되는 원리들의 무차별한 혼재 또는 종합으로서의 특징을 지닌다. 하나의 예: 파시즘은 철저한 반(反)근대적 태도와 급진적 근대 지향의 태도를 동시에 지닌다. 근대 사회가 전통적 공동체의 가치와 유대를 파괴했다는 인식은 파시즘의 대중적 기반이 된다. 이때에 파시즘은 급진적 반근대의 선봉이 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서 (그러나 물론 실질적 대안은 전혀 되지 않는) 민족 전통과 신화에의 회귀를 내세운다. (그러나 실은 그것이야말로 백퍼센트 근대의 산물인 것이다). 확신에 찬 파시스트란, `민족갱생이라는 극도의 신화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친화성 속에서 자신의 내적 혼돈을 벗어날 수 있는 표현을 발견한 자`이다. 그런가 하면 이태리 미래주의의 예에서 보듯, 파시즘은 현대의 기계문명과 과학에 대한 무한한 믿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파시즘은 단순한 복고주의도, 순진한 미래주의도 아니다. 이 양극의 태도에서 공통적인 것은 `지금-여기`의 부정이다(이것은 파시즘의 독특한 시간관을 이루는데, 이 문제는 나중에 다룬다).
3.
여기서는 주로 김지하의 『사상기행 1·2』(실천문학사, 1999)와 몇몇 대담기록들을 중심으로 그 파시즘적 기원들을 탐구한다(좀더 충실한 연구를 위해서는 그의 작품 및 그 전 시기의 행적들이 모두 포함되어야 하겠지만 그것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또한 이 요지문에서는 지면상 상세한 분석과 구체적인 인용을 최대한 생략할 수 밖에 없다. 꼭 필요한 것은 각주로 처리한다).
김지하의 파시즘적 결합점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은 그의 재생 신화에 기초한 신인간론이다. 현대는 쇠퇴의 정점에 와 있으며 근본적인 혁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파시즘의 에토스로서의 재생신화는 낡은 영웅신화의 정치화된 버전으로서의 신인간론…
김지하의 파시즘적 결합점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은 그의 재생 신화에 기초한 신인간론이다. …